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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치란 눈앞의 이것!

도치란 눈앞의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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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Small이라는 화두부터 시작해 일련의 창의적인 광고로 이름이 높았던 폭스바겐 비틀. 그 중 다음의 인쇄광고 이미지는, '도치'를 꽤나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RR(Rear Engine Rear Drive)방식인 폭스바겐 비틀을 임팩트 있게 알리기 위한 광고 아이디어였는데, 말과 글이 없는 곳에서는 아마도(아니, 필시!) 저런 그림이 '도치' 혹은 '도치법'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적절한 비유였다.

[대왕세종]이라는 드라마 제목이 처음 듣기에 어색했던 것처럼 이 그림도 처음 보기에 무척이나 어색한데, 보통 마차라고 하면 말이 앞장서서 마차를 끄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 광고에 쓰인 일러스트는 말과 마차의 자리가 상식과 정반대여서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소비자가 '다시 봐 준다'는 것은 광고로서 최고의 영광이다.)

특히나 이 광고를 힘 있게 만드는 것은 마차를 발명해서도, 말이라는 동물을 야생에서 잡아다가 처음으로 짐을 끌게 해서도 아님에 주목하라. 무언가를 새로 창조해서가 아니라, 단지 순서를 바꿈으로써 '창의적이다'는 칭호를 얻은 것이다.
또한 마차가 마차-말의 순서가 된다고 해서, 역학적으로 틀린 것도 아니다. 작은 수레나 유모차를 우리는 몸 앞쪽에 두고 밀고 가지 않는가? 그러나 마차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에게 이 그림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어색해서 눈길을 끈다. RR방식, 혹은 후륜구동의 이점을 엔진의 '도치'로 이해하는 통찰력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광고였다. 정말 유연한 상상력이다.
지금은 오토릭샤가 많아졌지만, 릭샤의 선각자가 어느날 손님을 앞쪽에 두고 달리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공상해본다. 그는 아마도 또 한 명의 구루로 추앙받을 지도 모르겠다는.

박광수라는 만화가는 이를 다시 한 번 응용, '광수생각'이라는 만화에서 또 하나의 웃음을 파생시킨다. 미국 여행 중 RR방식 차량을 렌트한 신뽀리. 보닛을 열어보더니 엔진이 보이지 않자 울며 좌절한다. 이 때 똑같은 폭스바겐 차량을 렌트한 그의 친구가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괜찮아! 마침 내차 트렁크에 엔진이 하나 있드라. 그거 너 줄게, 울지 마!"

바보스러운 친구들의 바보다운 대화지만, 늘 앞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엔진이 차 뒤쪽으로 도치를 감행했을 때 '상식적인' 사람들의 혼란이 어떠할 지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