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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샤라포바, 공주님이 뭇백성에게 하사하신 괴성에 대하여

샤라포바, 공주님이 뭇백성에게 하사하신 괴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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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샤라포바는 예쁜가?

예쁘네요.

마리아 샤라포바는 늘씬한가?

늘씬하네요. 

마리아 샤라포바는 괴성을 지르는가?

지르네요.

 

방금 전 끝난 2013 프랑스 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결국 우승한 건 세레나 윌리엄스임에도
듣는 윌리엄스 기분 나쁘게 샤라포바, 샤라포바 그러는 건
오로지 소개해드리는 광고(저화질 주의) 때문입니다.

예쁘다, 몸매 죽인다 뭐 이런 감상들을
내내 보도사진으로만 느끼다가
실제로 그녀가 경기 하는 걸
라이브로 본 즐거움 때문은 절대 아닙니다. ㅎㅎ

 

이제 이 광고가 왜 저를 미치게 했는지 설명해볼게요. 

 

호텔 직원들에서 젊잖은 투숙객, 기사, 파파라치, 리포터, 선수,

카메라맨, 볼보이(볼걸), 심판, 관중들까지 샤라포바의 미모에 감탄하며

그녀가 지금 가지고 있을 심리를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나오는

마리아의 "I feel pretty"로 표현합니다.   

 

     내가 예쁘게 느껴져. 오 정말 예쁘게. 예쁘고 재치있고 총명하게.

     오늘 내가 아닌 소녀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야~ 

     내가 매력적이게 느껴져. 오 너무 매력적이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렇게 느껴

     내 자신이 진짜인지 의심될 정도로 예쁜 이 느낌~

     저 거울 속의 예쁜 소녀를 봐. 저 매력적인 소녀는 대체 누구?

     너무도 예쁜 얼굴, 너무도 예쁜 옷, 너무도 예쁜 미소, 너무도 예쁜 나!

     내가 예쁘게 느껴져. 오 정말 예쁘게. 예쁘고 재치있고 총명하게.

     오늘 내가 아닌 소녀가 불쌍하게 느껴질..  아흑!!! 

 

그들의 찬송가는 그러나 강력한 스트로크를 날리며 지른

샤라포바의 괴성에 일순간 멈추어버립니다. 정적...

그 괴성이 의미하는 건 뭔가요?

그 노래 가사와 같은 한가한 마음, 여성스러운(?) 마음, 나한텐 없어.

미모 때문에, 미모 덕에 내가 사는 게 아니라

괴성을 지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한 하나 하나의 스트로크로 나는 사는 거야, 입니다. 

이 지점에서 장장 1분에 걸친 세상의 찬양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던 이유도 드러납니다.

 

이런 대단한 인사이트에 더불어

노래가 주는 재미, 등장인물들이 짓는 오묘한 표정들, 그 표정과 샤라포바의 태연함과의 대비, 

노래와 대비되며 터져나오는 샤라포바의 유명한 괴성. 그리고 정적,

마지막에 다시 리시브 자세를 잡는 그녀의 엄숙한 표정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나를 미치게' 하는 거지요.   

 

어제 그녀가 졌을 때의 카메라에 잡힌 상심한 표정 또한

사력을 다했으나 결국은 승리를 빼앗긴 선수로서의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더군요.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런 노력과 영광, 혹은 좌절에 있는 것이지요.

아름다운 얼굴과 예쁜 드레스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 광고 감상이 끝났으니 이제 당신만의 섹시한 괴성을 질러보세요.
아흑!!!!!

(참고로, 기합소리 야릇하기로는 나달이 더합디다)

*이 글은 페이스북 페이지 [오늘도어제처럼내일와?]에도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