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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광고, 손톱이 중요했다

이 광고, 손톱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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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광고, 한미은행 광고처럼 만들어주세요.
= 아, 예... 한미은행 광고처럼 말씀이십니까 고객님?
- 예.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죠?
= 그럼요. 한미은행 광고처럼 만들어달라는 말씀이잖습니까?   
- 바로 그렇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고객님.

자, 이제 한미은행처럼 광고를 만들어보도록 하자.

그런데 한미은행?
그런 은행이 있냐고?
아, 미안. 잘 모르는가 보구나.
그럼 한미은행 광고도 잘 모를 거고.. 설명을 좀 해줘야겠군. 

한미은행은 1983년부터 2004년까지 대한민국에서 영업하던 은행이야.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국내 자본과 뱅크옵아메리카랑 반반씩 투자해서 만든 회사지. 
씨티은행으로 합병돼서 지금은 한미은행이라고 검색창에 치면 한국씨티은행이 뜨지.

아무튼 은행 역사는 대략 그렇고, 
광고계에서는 '한미은행 스타일의 광고'로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어.
위에 보이는 광고, 혹시 기억 나나?
어디 보자... 1998년 3월에 온에어된 광고니까 기억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도 있겠군. 
잠깐. 1998년이라고라고라? 
무려 14년이나 묵은 광고인데 아직도 광고계에서 '한미은행 광고처럼'이라는 관용구가 있다고? 

응. 그래. 
뭘 그리 놀라나. 14년이면 양호하지 뭐.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 나오는 첫 번째 법칙. '선도자의 법칙'의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 후로 수 없이 많은 광고들이 그런 스타일(=한미은행 스타일)로 만들어졌지만,
광고 관련자들의 머릿속에는 한미은행만 남았으니까. 

서론이 길어졌는데, 다시 한미은행 광고처럼 해볼까? 

우선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와야 해. 
얘는 카메라 앞에서도 평상시대로 인간을 종처럼 부리는 놈이어야 해.
평소처럼 뒹굴고, 평소처럼 거드름을 피워야 하지.
종으로 부리는 인간들이 3~40명쯤 모여있다고 해서,
종으로 부리는 인간들이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해서 눈길을 주거나 해선 안돼.
하긴. 고양이라는 족속은 원래 그렇다니 안심이 되기는 하는군. 
  
그리고 손톱깎이.
가능하면 사방으로 손톱을 잘 튀겨주면 좋아. 
그런 기능이 없다면 남편 역할을 하는 모델이 기술적으로 튀겨줘야겠지. 
이도저도 안 된다구? 
알았어. 카피라이터한테 맡길게. 
"여보, 손톱 좀 튀기지 마요" 
이런 멘트 하나 날리면 다들 손톱 튀긴 걸로 인정해줄 거야.

자, 그리고 뭘 해야 하지?
아, 카피라이터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아래와 같은 카피들을 쓸 줄 알아야해.

**
아내; 요즘, 다들 불안한가봐요. 
        아휴. 여보 움직이지좀 마요. 좀.
        우리 돈 괜찮겠죠?
남편; 한미은행인데, 뭐. 튼튼하잖아.
Na : 고객이 찾는 은행이 있습니다. 한미은행.


**
아내; 있잖아, 여보
남편; 어.
아내; 아유, 어째 큰얘보다 못해.
남편; 아니야, 이게 장난이 아니야, 이거.
아내; 물어봤어요?
남편; 뭐?
아내; 아이! 우리돈
남편; 어! 한미은행이 다들 좋대.
Na : 알차고 튼튼한 한미은행
아내; 아휴, 애썼어요.


어때? 카피 쓰기 정말 쉽지?
쉬우니까 너한테 맡기는 거라 생각하고, 매사에 감사해라.
이런 카피, 10분에 한 편씩이라도 쓸 수 있는 거 아냐?
너... 채팅할 때 보니까 타수도 굉장하더라.

참, 이런 카피가 나오려면 우선 상황부터 설정해야겠구나.
그것도 어렵지 않아.
한미은행처럼 하면 되거든.
이런 식의 상황을 생각해보란 말이야. 
- 신문 보는 아내 옆에서 손톱깎기
- 남편을 허벅지에 눕혀놓고 귀파주기
- (큰애만도 못한 힘으로) 안 열리는 병뚜껑 낑낑대며 열기

허벅지에 집중하지 말란 말이다!!

이렇게 "광고 같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 봐.
그리고 왜, 우리 녹음실에서 성우들한테 자주 하는 얘기 있잖아. 
"너무 성우같게 말하지 마시구요..."
이런 식으로 배우들한테 디렉션을 주자고.
"그냥 집에서 하시듯이 자연스럽게 해주세요. 말도 웅얼웅얼하셔도 좋아요"
카메라도 몰카처럼 좀 겸손하게 숨어 있고, 
편집실에도 얘기 해. 
고급기술 쓰지 말라고. 그냥 홈비디오처럼 이어 붙이라고.

됐나? 
됐지?

참, 우리 광고하는 제품이 뭐였지? 
아 그거!
그거랑은 죽여주게 잘 맞는 안이어야 한다. 
알았지?  
왜? 어려워?
말이야 쉽지,라고?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