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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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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고참이라는 건
멀쩡한 인간을 대상으로 무모하고도 창의적인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권리를 가졌다는 뜻이(었)다.

한 예로, 같이 일하는 PD가 군복무를 하던 시절 고참 하나는
얼차려로 한 겨울 야밤에 옥상으로 분대원을 끌고 나와 
<한국을 빛낸 백 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다 외워 부를 때까지 원산폭격을 시켰다고 한다. 

추위에 떨며 원하지도 않는 노래를 외우면서
젊은 군인들은 고참과 노래를 동시에 저주했을 터인데.. 
그 '위인 백 명'을 노래 없이 외우는 게 더 어려운 것이라는 건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노래는 뭔가를 쉽게 기억하게 하는 데 아주 훌륭한 도구니까 말이다. 

이 맥도날드 로고는 그림일 뿐만 아니라 음악이기도 하다.
회사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광고를 내보내면서 이른바 '로고송'을 되풀이해서 들려줬기 때문이다. 

i'm lovin' it 맥도날드
하이마트로 가요
엠비씨 문화방송
e편한세상

뭐 이런 것들도 자연스럽게 일정한 멜로디와 함께 기억된다.

징글[Jingle]은 듣기 좋고 외우기 쉬운 리듬에 실은 짧은 메시지(혹은 제품명, 회사이름)를 말한다.

보통은 광고(TV, 라디오 등) 끝에 배치하고, 회사의 통화연결음, 엘리베이터 안내방송 등에 붙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는 말하듯 말해지지 않고 언제나 맥(솔)도(도)날(라)드(파)~라는 짧은 노래로 들려온다.

방송사도 ‘만나면 좋은 친구우우우 엠비씨 문화방송’이라든가

‘KBS KBS KBS 한국방소오옹~ 사랑해!’ 등의 로고송을 만들어 프로그램 사이사이 틈만 나면 반복한다.
한동안 5초짜리 ‘살균세탁 하셨나요? 하우젠!’이 광고 사이사이에 끼어들어 그야말로 세뇌를 시도한 적도 있다.
한편 인텔Intel사는 가사 없이 자사 로고와 '띵띠딩띵' 하는 짧은 징글을 붙이는 조건으로
자사 칩을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광고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징글이나 로고송, CM Song은 보다 쉽게 브랜드 네임이나 슬로건, 카피를 기억시키기 위한 장치다. 
CF를 만들 때 웬만하면 노래를 붙이려는 이유는
노래를 만들어 저잣거리의 아이들이 재미로 따라 부르게 만들었던 원효의 전략과 같은 것이다.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이 훈민정음을 '유포'시키기 위해,
궁녀들을 시켜 저잣거리에 노래를 퍼뜨렸던 것과 같은 것이다.

그때의 아이들이 도끼 노래를 부르고 가갸거겨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생각대로 T’와 ‘I'm your energy’
혹은 '간 때문이야'를 부르며 논다.

시장을 춤추게 하기 위해서, 매출곡선과 인지도 곡선을 춤추게 하기 위해서

브랜드와 슬로건, 카피를 먼저 춤추게 하려는 노력은 끝이 없다.



음악은 신의 언어라 한다.
신의 손길이라도 빌려 소통하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광고인들로 하여금 오늘도 중독성 있는 리듬을 찾아 헤매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