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짓기 노하우' 태그의 글 목록 미니멀라이프

'제목짓기 노하우'에 해당되는 글 1건

  1. YES는 추진하고 NO는 창조한다

YES는 추진하고 NO는 창조한다

카테고리 없음

 

부정否定하라

한국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한 스물일곱의 청년에게 묻는다. ‘누구냐 너?’ 청년은 대답한다. 나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이다. 떡볶이를 파는 가게에 묻는다. 가게는 대답한다. 나는 ‘흥부네 분식’이다. 반 년간 준비한 프로젝트에 묻는다. 프로젝트가 대답한다. 나는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위한 3개년 계획’이다.

혹시 눈치 채셨는지? 제목의 자리에 있는 말들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대답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이렇듯 제목은 무언가를 대표하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기도 하다. 제목은 ‘대답’이며, 대답은 멋져야 한다.

당신은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인터넷에 글을 올릴 것이다. 보고서의 제목을 붙이기도 하고, 가게의 이름을 붙일 수도 있다. 혹은 큰 뜻을 품고 정치에 입문해서 정치 슬로건을 내걸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경우에, 누구도 자신의 생각과 이력과 노력과 비전이 빛도 못 보고 사그라지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100대 1이 넘는 취업경쟁에서 평범한 제목 하나는 당신을 순식간에 무명씨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잘못된 슬로건 때문에 당신은 진보적인 사람이면서 보수적으로 보일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혹은 다 잡은 선거를 놓치고 4~5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휙휙 업데이트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당신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는 ‘무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제목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세며, 때로는 당신 자신보다 힘이 세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이 속담을 아시는지? 필자의 아버지가 어중간한 언행을 경계하는 뜻으로 자주 인용하셨던 속담인데, 필자는 어렸을 적에 그 말씀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의아해하곤 했다. 당연히 물에 물을 타야지, 물에 술을 타면 물도 아니고 술도 아니게 되잖아? 나중에야, 나는 물에 물을 타는 것은 결국 기존의 질서에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수를 써서든 기존의 질서를 흔들 것! 그것은 ‘차별화’가 필요한 모든 일에서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라는 광고 카피를 기억할 것이다. 가구를 보여주며 가구가 아니라고 도발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질 질문에 대한 대답, 즉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두 번째 대답까지 하나의 광고 안에 배치해두고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침대회사는 국민과 ‘말을 섞는 데’ 성공했다.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면, 그것은 완결된 대답이 아니다. 그것은 더 할 말이 남아 있음을 뜻하고, 질문자는 아직 더 들을 답변이 남아 있다고 느끼게 된다. 제목을 읽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다면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이 일어 추가로 질문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고, 제목을 쓴 사람 입장에선 ‘그것이 아니고 이것’이라고 또 한 번 대답해야 할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이 한 번 더 이루어지면 커뮤니케이션의 단계로 진화가 이루어진다. 수백 수천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이 문장은 상대와 대화 채널을 튼 것이다.

이미 그곳에 물이 있다면 술을 탈 것. 이미 그곳에 술이 있다면 물을 탈 것. 부정否定으로 상대를 도발하라.

 
(2008년 월간 샘터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