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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회사의 제품을 쓰면 너저분한 내 인생도 깔끔하게 정리될 것만 같다.

갈등이나 망설임 없이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상쾌한 기분으로 새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는 Bisley가 허락되지 않으므로 어찌할까?

버릴 것들을 무자비하게 버리는 것으로 시작할까?

종류에 상관없이 키 높이대로 책들을 정렬해볼까?

구석구석 존재를 숨기고 있는 먼지들을 소환할까?

어쨌거나 저 광고 때문에 신나게 한판 정리할 핑계가 생겼다.  

 

- 15초, 생각뒤집기 / <코스모스를 위하여> 중에서

 

 

 

우장춘 박사가 마침내 씨없는 수박을 만들어냈다는 구절을 읽었던 게 초등학교 때였던가 중학교 때였던가? 

박사는 씨를 없애버렸지만,

필요 때문이건 덧없는 아까움 때문이건 이런 저런 '씨'를 떠안고 살아야 하는 우리들로서는

BISLEY 같은 수납가구도 앉히고 살아야 한다. 

수납하고 정리하고 정돈하는 것이 일상의 숙제인 까닭이다.  

 

과육은 과육대로, 씨는 씨대로 이렇게 착착 정리해주는 게 우리 가구예요. 

정리본능! BISLEY

 

오와 열을 맞춘 수박씨로부터 색깔별로, 길이별로 재구성한 지하철 노선도, 

모짜르트의 작품인지 비발디의 작품인지 상관 않고 그저 같은 모양의 콩나물 대가리로만 재정렬한 악보까지 - 

BISLEY는 자기 제품이 왜 필요한지를 기발한 인쇄광고 연작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저 광고들을 보면서.. 

낑낑거리며 원목가구 만들던 생각도 나고,

가구며 집이며 신도시며 인생사 수납이라는 생각도 들고, 

삶의 간명함에 대한 생각도 들고,

점점 더워지는 요즘이라 시원한 수박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