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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상상에 빠지게 만든 부정否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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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벨기에)는 초현실주의 화가지만 철학자들에게 많은 화두를 던졌고, 오늘날의 '창의력 전성시대'에 들어서는 창의력의 원형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을 주제로 창의력 강좌가 열리기도 하는 걸 보면, 그의 작품이 단순히 미술작품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 어떤 '방법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우리를 철학하게 하고, 새로운 생각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이들과 영화감독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는 한마디로 '부정否定'이다. 그의 작품들을 감상해보자.

  그는 이미지의 배반(The Treason of images)이라는 작품에 «CECI N'EST PAS UNE PIPE» 라는 문장을 써넣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말인데 실제로 그의 그림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형적인, 부정할 수 없는 파이프 그 자체였다.


1928-29 소장처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그의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며 그 혼란의 근거를 규명하기 위해 사유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책을 쓴 것은 그 때문이었다. 

  고정관념을 깨는 마그리트의 작품들은 현실적인 시공간 안에서 우리의 시신경에 맺히는 상像과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우리가 생각想하는 모든 것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도록 한다. 그의 그림 그리는 방법은 생각하는 방법에서의 부정과 정확하게 닮았다. 보이는 것을 거부할 것. 중력을 거부할 것. 상식을 거부할 것. 

  마그리트가 모범을 보인대로 거부가 가진 무한한 생성의 힘을 따라간 이들의 손에서 팝아트가 나오고 디자인이 고안되고 영화가 탄생하고 발명이 이루어졌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3D영화시대를 열며 최고의 흥행을 거둔 [아바타]에서 마그리뜨의 [피레네 성채]가 재연되고 있으며,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그의 [겨울비]가 변주되고 있다. 뻔히 눈에 보이는 사실까지도 부정하는 데서 나오는 스파크와 창의의 에너지는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같은 제목으로서의 오마주[hommage]들만을 불러온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마그리트의 작품들. 위의 작품이 영화 <매트릭스>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겨울비(Golcondee, 1953),
아래 작품이 영화 <아바타>에 영향을 준 피레네 산맥의 성채 (Le chateau des Pyrenees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