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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들은 엔지니어다

아이들은 엔지니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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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정도였을 것이다.

나는 철길과 나란히 뻗은 1km 정도의 직선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오후를 보냈다.

공단지역이었고, 어디론가 더 뻗어나가는 길이 아니어서

공장을 드나드는 차들만 가끔씩 왔다갔다 할 뿐 한적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만큼 에누리 없이 먼지를 나풀대는 그 길은 무료한 느낌이 들었다.

 

장난감이라고는 딱히 없었던 그 시절,

가끔씩 했던 게 대못으로 칼을 만들어 가지고 노는 거였다.

철길은 길보다 1~2미터쯤 높았고 난간이 있었지만

몸이 가벼웠던 그 때, 그걸 넘어가는 건 식은죽 먹기였다.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 틈을 봐서 훌쩍 난간을 넘어가고,

진동에 의해 대못이 떨어지지 않도록 레일 한 가운데 조심스레 대못을 놓으면 끝이었다.

요란스럽게 기차가 지나가면 들릴듯말듯 '팅~' 소리가 났다.

기차 바퀴에 눌려 납작해진 대못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철도원이나 동네 어른들에게 들킬까 쿵쾅쿵쾅거리는 심장소리...

서둘러 대못을 놓았던 자리 근처를 뒤지면

은빛으로 빛나는, 아직 마찰열이 가시지 않아 따뜻한 칼을 찾을 수 있었다. 

성공률은 반반 정도였던 것 같은데...

실패할 경우 대못은 꼴사납게 반만 납작해지거나 구부러져 있곤 했다.

 

문득 아래 광고를 보면서

어린 시절 철도청의 도움(?)을 받아 스릴 넘치게 장난감을 만들어 놀던 기억이 났다.

 

광고적인 상상력으로,

기차든 자동차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여준 광고.

분명 CG를 한 걸텐데 현장감이 대단하다...

어린이들이 장난감 기차와 롤러코스터, 무선 조종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엔지니어'의 일면을 발견하고, 자신의 기업PR과 연결시키는 재치...

 

자, 이제 광고니 뭐니 다 빼버려도

보는 재미가 쏠쏠한 광고를 감상해보자. 

카피는 "어린 엔지니어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p.s.

아이들의 장난감은 공갈젖꼭지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세상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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