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태그의 글 목록 미니멀라이프

'감당'에 해당되는 글 1건

  1. 속도를 감당한다는 것 - 김여사를 위하여-

속도를 감당한다는 것 - 김여사를 위하여-

카테고리 없음

 

 

 

 

*

5년 전까지만 해도

엄마에게 "운전 한 번 배워 보실래요?" 했다.

노년에 딱히 즐기실 만한 것도 없는데 

운전을 하실 줄 알면 가고 싶은 곳 다니시며

운전 그 자체로 즐거움을 삼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한데 이런 말, 이런  생각.. 요즘은 하지 않는다.

이미 일흔 셋의 연세가 된 지라

차를 몰고 나가시는 때마다 혹시 사고라도 당하시지 않을까,

혹시 사고라도 내시지 않을까 내내 걱정할 걱정 때문이다.

 

 

 

 

**

누군가에게 부딪혀 일시적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 겨울 이후,

나는 보드를 타지 않는다.

뒤늦게 보드를 배워 타면서도 감당하기 버거운 그 속도에 눌렸는데

와이프 이름이랑 휴대폰 번호 말고는

결혼했는지, 애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거의 모든 기억이 상실된 결정적인 사고가

"이건 굳어진 내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결론을 짓게 한 것이다.

감당하고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즐긴다는 건 과욕이니까.

 

 

 

 

***

아슬아슬하게 무단횡단을 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을 보면

무단횡단도 나이제한을 두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젊고, 눈과 귀가 밝고, 반응 속도가 빠른 무단횡단자들을 보면

"저런 막되먹은..." 정도인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데도 마음은 왜 그리들 급한지

본인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운전자들의 회피에 의해 사고를 면하는 나이 든 무단횡단자들을 보면

"죽으려고 **...." 이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

시시콜콜한 일상들까지 촬영되고 유포되는 세상이라

전 같으면 보지 않아도 될 사고까지 보고 산다.

운동장 김여사나 현금수송차량 김여사 같은 것들...

사람이 자신의 육체로 낼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선 순간부터 예고된 비극.

여자의 문제도, 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다만 자동차라는 만만한 도구를 사용하며

그 안에 잠재된 위험에 둔감하거나, 그 위험을 육체적으로 감당키 어려워 생기는 일..

속도나 rpm 못지 않게 증가하는 책임의 막중함을 망각한 결과.. 

 

 

 

 

 

#

광고잡지를 보다가

아래와 같은 타이어 광고가 있어서

인간의 속도에 대해, 그 감당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나저나 바람이여,

이제는 어디 먼 곳에서라도 비구름을 몰고 와다오.

인간이 감당하기에 가뭄이 너무 깊다.  

 

 

 

카피는 "1931년부터 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 온 브릿지스톤"